카즈라바 코우타의 피폐연성 소재는 「배설, 색기」문장은 "마치 당신을 저주하기위해 태어난 것 같아." 긴박한 분위기로 연성.
보호 풀었따
쿠레시마 미츠자네x카즈라바 코우타
전에 비해 한층 얇아진 셔츠가 여름이 다가오고 있음을 말하는 듯했다. 활동량도 많고 몸에 열도 많아 한겨울에도 늘 덥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던 그는, 기온이 꽤 올라가 더 이상 마이나 재킷을 입을 날씨가 아닌 지금에 와서도 춥다는 말을 많이 했다. 실내의 온도가 그리 낮은 것은 아니었다. 낮이 되면 남향으로 배치되어 있는 커다란 창문을 향해 따뜻한 햇볕이 아낌없이 쏟아졌고, 아직 한겨울용의 고급스러운 이불과 적당히 유지되는 난방 덕분에 보통은 춥다는 생각도 덥다는 생각도 하지 못할 쾌적한 환경이었다.
자와메의 중심부에 위치한, 어떤 목소리도 들을 수 없는 저택이었다. 혼자 살기에는 너무 넓은 집이라는 것을, 저택은 적막으로 말하고 있었다. 저택 옆쪽으로 위치한 별채에는 음식이나 청소와 같이 잡다한 관리를 맡은 메이드나 집사들이 거주하는 공간이 있었지만, 그들이 그 거대하고 적막한 건물에 있을 수 있는 순간은 오직 자신의 업무를 할 때뿐이었다. 방음이 잘 되는 각 방에서는, 주방이나 로비를 진원지로 한 그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3년이라는 시간을 방에 갇혀 보내온 남자는 그저 끼니때에 맞추어 전달되는 음식만이, 그 저택 안에서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무언가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제때에 나타난 음식은 늘 그렇듯 먹음직스러웠지만, 남자는 수저에 뻗었던 손을 거두어들이며 접시를 문 쪽으로 치워 버렸다. 침대 옆에 놓여 있던, 다소 얇은 감이 있는 회백색의 셔츠와 검정 면바지는 엄밀히 말하자면 그의 옷은 아니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그는 자연스럽게 그것들로 갈아입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까지만 해도 몸에 잘 맞았던 옷이었지만, 지금 그에게는 어깨도 허리도, 팔도 다리도 모두 폼이 남아 깔끔하기보다는 얼핏 후줄근해 보이기도 했다. 입고 있었던 옷은 대충 개어 침대 위에 올려놓은 채, 그는 유일하게 방 바깥의 세계를 볼 수 있는 창문으로 발을 옮겼다. 실내용 슬리퍼조차 신지 않은 맨발이 바닥에 포개어졌다. 방바닥을 넓게 덮어 놓은 카펫은 작은 발소리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눈이 부시도록 빛이 잘 드는 창가 앞에 멈춰선 그는 아주 느릿하게 눈동자를 굴렸다. 또륵, 또륵 하고 끊어지며 소리가 날 것만 같은 눈동자는 촉촉하게 젖어 있는 듯도, 오히려 메말라버린 듯도 했다. 그의 시선 끝에는 덩굴에 휘감겨 있는 울타리나 나무, 그리고 그 사이에 오색 빛을 자랑하며 존재감을 뽐내는 기묘한 꽃이라든가 자줏빛의 열매가 있었다. 이제는 더 자랄 곳도 없다는 듯 빼곡하게 자리한 덩굴 사이에서 그는 3년간 사람이나 차는커녕 동물 한 마리 지나가는 것도 볼 수 없었다. 단 한 사람의 모습을 빼고는.
늘 같은 장소에서 늘 같은 풍경을 바라봤을 뿐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그 일상의 풍경에 한 검은 인영이 이질감을 부여하고 있었다. 몇 달 만에 나타난 다른 무언가의 모습이었다. 남자는 푸르기만 한 장면 속에서 홀로 티라도 되는 듯한 그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마지막으로 저택에 왔을 때까지만 해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옆으로 삐쳤던 머리카락들이 모두 잘려나가고 단정하고 보기 좋게 스타일링 되어 있었다. 자신의 몸에 딱 맞는 정장을 차려입은 그는 저택을 향하여 망설임 없이 옮기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 끝에는 몇 달 전보다 조금 더 야위어 버린 남자가 있었다.
그가 시선을 던졌던 곳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새 또 길어진 다리는 한 번 허공을 가를 때마다 꽤 많은 거리를 한 번에 좁힐 수 있었고, 그가 걸어야 했던 거리도 그리 길지 않았기에. 달칵 소리와 함께 몇 달 만에 문이 열리자 셔츠 한 장밖에 걸치고 있지 않았던 남자는 양팔을 감싸 쓸어내렸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달그락하는 소리가 두 사람의 재회를 지연시켰다. 광택이 도는 검은 구두 끝에 걸리는 접시가 내는 소리였다. 발밑을 확인하자 매끈하게 펴져 있던 남자의 미간이 움츠러든다.
"코우타 형."
"……."
방 안에는 툭 던져진 이름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코우타'란 것이 자신의 이름임이 분명할 텐데도,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익숙한 듯 나오는 한숨이 코우타의 대답을 대신해 이어져 나왔다. 그 한숨 뒤에 나올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듯, 코우타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입을 꾹 다물었다. 구둣발이 성큼성큼 카펫을 가로질러 코우타 앞에 섰다. 여전히 팔을 어루만지는 손을 잡아채는 손길이 다소 우악스러웠다. 타의에 의한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애당초 얼굴 근육에 아무런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던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반사적으로 나온 '윽' 하는 목소리는 성대의 떨림으로 난 소리라기보다는 억눌려 있던 공기가 터져 나오는 소리에 가까웠다.
전보다도 더 헐렁해진 옷을 보며 얼핏 느꼈던 것이 촉감으로 다가왔다. 적당히 근육이 붙어 있어 손 안에 가득 들어오던 손목이 좀더 가늘어져 있었다. 넓은 무대와 자와메 전체를 누비며 다녔던 그에게, 방 치고는 꽤 넓다고는 해도 이런 새장 같은 곳이 그에게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일단은 그 이유일 터였다.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요, 이 방 안에서도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있으니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진정 바라고 있을 것을 남자는 이루어줄 수 없을 뿐이었다. 조용히 빠져나가는 코우타의 손이 답을 대신했다. 코우타의 손이 툭 떨어지고, 허공에 매달려 있는 듯했던 남자의 손 역시 천천히 내려갔다. 항상 마음처럼 되지 않는 남자라고, 그는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비록 더 야위어 있었을지라도 손끝으로 다가온 미지근한 체온과 미약한 고동이 있었다. 충분하지는 않았으나 그것으로 족했다.
"있죠, 인간의 몸에서는 생명 유지를 위해 여러 가지 작용이 일어나요."
한숨처럼 흘러나온 말이었다. 맥락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 말에 닫혀 있던 시야가 열린다. 눈꺼풀 아래 잠겨 있던 눈동자에 정말이지 오랜만에 무언가 감정이라 할 것이 실린다. 조금 찌푸려진 미간과 두 눈썹에 밀려 올라가 주름이 잡힌 이마가 그 감정 비슷한 것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코우타에게 마찬가지로 정말이지 오랜만에 남자는 맑게 웃어 보였다. 그가 방 안에 들어와서 보인 일련의 행동들은 논리적, 인과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 없는 것 같았다.
"호흡, 순환, 소화, 배설. 중학생 때 배웠을 내용인데, 기억나세요?"
"……."
"그것들 중 어떤 기능이든 하나만 잘못돼도 생명을 유지하기 힘들어져요. 그중에서도 배설이란 건, 몸에 필요 없는 찌꺼기를 걸러내서 배출하는 걸 말하는 건데요. 코우타 형은 말하자면 그 배설 기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안에서부터 곪아 버린 거라고요."
얇고 긴 손가락 하나가 양 쇄골 사이에서 수직으로 미끄러져 내려와 코우타의 가슴 한가운데에서 멈춘다. 단추와 단추 사이, 벌어져 있는 셔츠 사이로 손가락이 파고들어 딱딱한 흉부에 닿았다. 아무것도 받쳐입지 않은 맨살의 감촉이 적나라하게 감각을 타고 오른다. 그럼에도 두 남자는 그런 행동, 그런 감촉에 대하여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맥락 없이 튀어나온 듯했던 남자의 얘기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코우타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의 눈은 조금 슬퍼 보이는 듯도 했다. 꼭 인형 팔처럼 힘없이 바닥을 향해 떨어져 있었던 손이 천천히 올라왔다. 빠진 근육만큼 약해진 악력이 가슴을 훑고 있는 손을 잡아 내린다. 마지막으로 쥐어 보았을 때와는 또 달라진 느낌이 낯설다. 제법 뼈가 굵어진 느낌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양분을 먹고 자란 몸일 것이라고, 코우타는 생각했다.
"……밋, 치……."
너무도 오랫동안 쓰일 일이 없었던 성대가 제 기능을 찾는 데에 한 차례 시행착오가 있었고 그나마 나온 목소리조차 바스러져 있었지만, 어찌 됐든 '밋치'라 불린 남자는 다소 끊기며 발화된 이름이 제 것인 줄은 제대로 아는 모양이었다. 몇 달 만에 듣는 자신의 애칭이었다. '쿠레시마'로서 살고 있던 남자가 '밋치'가 되는 시간이었다. 제 손을 떨어뜨린 손길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실린 의미도 그에게 썩 달가운 것은 아니었으나, 오랜만에 듣는 자신의 애칭이 그 모든 불쾌함을 불식시키는 듯했다.
"어쨌든 코우타 형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으니까, 제가 대신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 주는 거예요. 코우타 형이 제 말을 따랐기 때문에 인류는 몰살당하지 않았고, 마이 누나도 래트도 모두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거죠. 그래서 저도 코우타 형을 지킬 수 있었고요."
"……네 방법은…… 틀렸다고, 생각해."
"합리적인 거죠."
인류에게도, 나에게도. 뒷말은 삼켰다. 그를 마주한 코우타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음에도, 미츠자네의 입꼬리와 눈매는 여전히 완만하게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4년 전부터 수도 없이 봐 왔던 얼굴이었고, 언젠가는 그 얼굴을 볼 때마다 가슴 한 켠에 통증을 느끼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지금에 와서는 미츠자네에 앞에서 유일하게 허락된 살아 있는 표정이었으며, 여전히 코우타가 그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자신을 따르지 않더라도, 그것이면 되었다. 코우타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고, 몸뿐이라도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상관없었다. 이해를 바라기에 그는 자신과 너무나도 다른 인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코우타를 위한 자신의 모든 행동이, 마음이, 쿠레시마 미츠자네 그 자체가 그에게는 오히려 벗어날 수 없는 저주일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다소 자조 섞인 웃음을 내쉬었다. 그러나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얇은 천 위로 다섯 개의 손가락이 얹힌다. 양어깨에 얹힌 손에 부드럽게 힘이 들어가고, 이내 두 호흡이 짧게 만났다 떨어진다. 아, 처음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뒤따랐다. 미약하게 떨리는 눈동자가 미츠자네의 시야 가득 들어온다. 마냥 검은 줄만 알았던 눈동자에 고동빛이 섞여 있음을 깨닫는 것이 새삼스러울 만한 시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눈이 오롯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에 미츠자네는 어떤 우쭐함을 느끼는 것도 같았다. 그에게서 한 발 떨어지는 코우타의 행동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의 등 뒤에는 이내 유리창이 닿을 것을 알았기에 굳이 막지는 않았다. 서늘한 냉기가 그의 등을 적시기 시작할 때에야 미츠자네는 발을 움직였다.
"미, 밋치, 왜……."
"덕분에 카즈라바 아키라…도 살아 있는 거고요."
조용하고 낮은 웃음소리가, 다가오는 미츠자네를 거부하려는 손을 끌어내린다. 코우타의 입술 위로 미소가 뒤덮인다. 조금씩 베어 먹히는 입술과 함께 쇄골부터 서서히 와 닿는 공기가, 창틀을 움켜쥔 손아귀에 힘을 더한다. 단추 하나하나를 푸르던 손이 제 일을 마치고 가슴 언저리부터 타고 올라 어깨를 향했다. 하얀 손이 쇄골, 어깨선을 지나 등을 어루만질 때쯤 창틀을 짚고 있는 손을 회백색 셔츠가 덮었다. 맥박이 선명하게 울리는 목선 위로 입술이 떨어졌다. 미츠자네의 미소가, 목덜미에서 온몸으로 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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