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파더스의 덕개는 크게 두 개의 축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봄. 첫 번째는 윤리, 도덕, 정의와 생존, 안위, 현실 사이에서의 갈등임. 덕개는 데드파더스에 등장하는 메인 인물들 중 꽤나 타산적인 사람으로 비침. 라더나 공룡처럼 자기가 원하는 삶을 위해 부딪치는 스타일도 아니고, 잠뜰처럼 옳은 일을 위해 정면으로 맞붙거나 위험한 일에 뛰어드는 사람도 아님.
덕개는 자기의 분수와 깜냥을 잘 아는 사람임. 그래서 누구보다 현실적이고, 그의 선택도 현실의 논리에서 과하게 벗어나질 않음. 환멸을 느끼면서도 울프팩에 남아 있다는 점이나, 데드파더스와 함께 있을 때조차 울프팩과의 정면 충돌을 최대한 피하려는 모습(샤그레이브에 쳐들어온 울프팩과 무력으로 맞선다는 데드파더스에게 “싸운다고? 쟤네(울프팩)랑?” / 울프팩 아지트에서 오늘 울프팩 다 터뜨리고 나가자는 잠뜰의 말에 “내가?”라고 되묻는 점 등)이 이런 덕개의 성향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겠음.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인물인지도 모름.
덕개가 따른 현실에서도 가장 중심에 있는 명제는 ‘목숨은 하나뿐’이라는 사실임. 실제로 덕개가 등장하는 씬마다 ‘목숨이 n개도 아니고’나 ‘목숨은 하나뿐’이라는 식의 대사가 꼬박꼬박, 상당히 반복적으로 나옴. 누구에게나 목숨은 하나고 소중하겠지만, 작중에서 덕개처럼 반복적으로 제 목숨에 대한 말과 죽음, 위협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는 인물은 없음. 즉, 덕개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의 안전이라는 뜻임. (+사심을 덧붙이자면, 그렇게 중시하는 가치를 얘기하는데도 ‘들키면 저도 죽거든요.’ 이런 말을 세상 덤덤하게 하는 게 너무 좋다.)
그렇기에 덕개는 울프팩의 행보에 불만을 느끼면서도 라더와 달리 조직에 남는다는 선택을 했을 것임. 그런데 단순한 말단 조직원이 아니라 간부의 자리까지 올라 그 위치를 수년간 유지해 왔다는 건 그만큼 덕개가 조직에 헌신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거임. 중요한 건, 울프팩이 조직원에게 강요했던 것 중 하나가 살인과 약탈이었다는 점임. 즉, 덕개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자신이 환멸을 느꼈다고 한 일을 적극적으로 행했다는 의미가 됨.
그런데 덕개가 완전히 악인으로 돌아섰느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님. 사실, 그렇게 자기 목숨과 안위가 중요하고 보신만이 중요했다면 조직을 배신할 필요가 없음. 윤리, 도덕이니, 정의니 하는 것들에서 눈을 돌리기만 하면, 거대 조직의 간부라는 위치와 그에서 오는 권력, 그리고 간부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그 실력으로 편하게 살 수 있었을 거란 말임. 그런데 덕개는 또 그렇게는 살지를 못함. 선인도 아니고 영웅은 더더욱 못 되며, 라더처럼 자기 한 몸 벗어나는 일조차 시도하지 못하지만, 덕개는 정말로 무법자처럼 살기에는 또 최소한의 윤리와 정의를 버리지는 못하는 사람인 거임.
완전히 악당이 되기에 덕개는, 10대 여자애가 다 큰 성인 남성 둘을 이끄는 모습에 의문을 제기하고 애한테 조직 문신을 새기자는 말에 핀잔을 줄 줄 아는, 지극히 상식적인 인간임. 또, 잠뜰이 잡힌 것이 자기가 준 정보 때문인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을 정도로 양심의 가책을 느낄 줄 아는 인물임. 그리고 이 애매하고도 평범한 윤리의식은 울프팩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스파이 짓을 하며 외부로 정보를 빼돌리는 이유가 되며, 울프팩의 와해라는 그의 목적과도 연결됨.
물론 조직을 무너뜨리기 위한 스파이 행보는 본인의 생존과 연결되는 일이기도 함. 샤그레이브에서 데드파더스에게 협력을 제안했을 때 덕개는 “나는 조직을 터뜨리고 ‘벗어난다’”라고 함. 즉, 울프팩을 무너뜨리는 것은 본인이 조직을 벗어나기 위한 거라는 의미임. 조직에서 빠져나가려다가 수도 없이 실패하고 죽도록 맞았던 라더의 과거나, 늑대 무리를 배신하면 그 이빨에 물릴 거라는 조라의 말만 봐도, 안전하게 조직에서 벗어나려면 조직을 와해시킬 수밖에 없는 거임.
즉, 덕개에게 생존과 정의는 서로 대립하는 것이면서도 뒤섞여 있는 것임. 그래서 덕개는 말에서 드러나는 가치관과 행동으로 드러나는 가치관 사이에 어느 정도의 간극이나 모순이 존재하게 됨. 데드파더스나 잠뜰을 도우면서도 자기는 들키지 않게 해 달라고 한다든지, 조직에 환멸을 느껴 무너뜨리고 싶다고 하면서도 정말로 조직을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의 적극적인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든지, 샤그레이브에서 본인의 권력을 이용해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의견을 냈던 사람이 샤그레이브로 쳐들어온 조직원을 한 명도 빠짐없이 죽인다든지 말임.
이런 두 가치관 사이에서의 갈등과 모순은 울프팩의 조직원으로 들어가기 전에 덕개가 현상금 사냥꾼이었다는 부분과도 연결할 수 있을 거임. 현상금 사냥꾼은 그 일의 특성상 법, 질서, 윤리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을 두고 항상 갈등할 수밖에 없는 직업임.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직업을 허용한 것 자체가 법 질서가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서 범법자를 잡아들여 치안을 지키기 위함이지만, 범죄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과격하거나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하기 쉽기 때문임. 애초에 덕개는 울프팩의 조직원이 되기 전부터 이런 갈등을 줄곧 겪어 온 인물이라는 것임.
한편, 덕개는 이런 내적, 외적인 갈등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를 증명해야 하는 삶을 살았을 거임. 이게 데드파더스의 덕개를 구성하는 두 번째 축임. 물론 덕개에게 이를 강요했던 것은 데드밸리에서의 삶, 더 구체적으로는 울프팩 조직 생활이고, 그중에서도 버디였던 라더의 배신 이후로 더욱 심화되었을 것임.
덕개와 라더는 둘 다 말단이었던 시절부터 간부에 오르기까지 계속 함께했던 사이임. 탈출할 당시에 그렇게 끔찍한 조직이 라더에게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불릴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고, 라더가 조직을 배신하고 수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덕개가 ‘끈끈한 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관계였단 말임.
그런 사이였던 라더가 조직에서 벗어나려다가 붙잡히기를 수없이 반복했고, 겨우 빠져나갔을 때에는 조직의 기밀 문서까지 빼돌린 데다가 테러까지 함. 그럼 조직에 남아 있던 덕개는 당연히 조직 내에서 의심의 눈길을 받을 수밖에 없음. 덕개는 조직 내에서 자기의 쓸모를 보여아 할 뿐만 아니라 조직에 대한 충성까지 증명해야 했을 것임.
잠뜰이 울프팩 아지트에서 탈출할 때, 덕개가 부하에게 밑도 끝도 없는 명령을 내렸음에도 부하가 불만 없이 명령을 따랐다는 건, 덕개가 그 정도의 위치까지 올랐다는 뜻임. 곧, 라더의 배신이라는 사건이 있었음에도 그 정도의 권력을 잡을 수 있었을 만큼의 능력과 충성을 조직에 내보였다는 뜻임. 조직의 행보에 환멸을 느꼈음에도 그런 위치까지 도달해 이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작중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덕개의 과거가 얼마나 치열한 자기 증명의 역사일지 알 수 있음.
그럼에도 여전히 울프팩의 상부는 덕개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음. 이는, 잠뜰의 감시역을 자원했던 덕개에게 ‘잠뜰의 탈출을 도우면 옛 버디(라더)처럼 죽도록 맞는 걸로는 끝나지 않을 거’라고 협박하는 조라의 말을 통해 알 수 있음. 이미 몇 년이나 지난 일인데도 울프팩은 라더의 배신을 기억하고 있고, 그런 라더의 버디가 덕개였음을 잊지 않고 있다는 거임.
수년간 이런 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덕개는 자기를 변호하는 일이 습관화됨. 데드파더스와 처음 만났던 때만 봐도 자기가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것부터 이야기함. 사실 이 시점에서 덕개와 데드파더스의 위치를 생각해 보면, 잠뜰의 아빠를 찾아 구해야 하고 보석의 비밀을 밝히고 파괴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는 데드파더스와 잠뜰 쪽은 기밀 문서 가방을 반드시 열어야 하기 때문에 협상에 있어서 압도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음. 물론 덕개도 이들을 찾고 있는 중이긴 했지만, 사실 덕개는 크게 아쉬워할 입장이 아니란 말임. 그런데도 덕개는 본인이 먼저 나서서 라더와의 관계와 과거의 인연까지 구구절절 설명하고 울프팩에서 정보를 빼돌리고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 버림.
감옥에 갇힌 잠뜰과 재회했을 때도 마찬가지임. 굳이 스스로 본인이 의심스럽게 보였을 만한 점을 짚고, 잠뜰이 자기를 믿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는 걸 전제로 대화함.
덕개는 라더가 떠난 후로 계속 의심받는 처지였을 것임. 울프팩 내부에서는 배신자로, 조직의 외부에서든 악당으로, 항상 누군가에게 신뢰받기 힘들고 의심스러운 위치에 있었을 거란 말임. 그리고 스스로도 그 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누가 자기를 바로 믿을 거라는 생각조차도 안 하고, 바로 본인을 믿게 할 수 있을 만한 말부터 하거나 증명할 수 없으면 포기해 버리는 거임.
또, 다른 하나는 자기의 쓸모에 대한 증명인데, 이건 조직 생활을 하는 인물이니 굳이 말할 것도 없긴 함. 이게 단적으로 드러났던 게 세뇌 당한 상태로 라더와 대면했을 때의 대사인데, “형이 쓸모없어지면 가차없이 버릴 일간들인데.”라는 부분임. 사실 멀쩡한 인성 박힌 사람은 사람을 쓸모를 가지고 나누지 않음. 세뇌라는 게 팽의 생각을 주입하는 것인지, 피세뇌자의 잠재의식에 있던 생각을 비트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후자라면 ‘쓸모없는 사람은 버린다’라는 생각이 덕개의 것일 수도 있다는 것임. 다만, 여기서 덕개는 버리는 행위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었을 것임. 덕개는 과거에 버디였던 라더에게 버려졌고(실제로 라더도 조직에서 떠났던 것을 두고 ‘전부 두고 왔다’고 표현함), 현재는 언제든지 조직에게 버려질 수 있는 위치에 있으므로.
이와 같이 신뢰하기 어려운 사람, 자기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자기 인식은 외전 시점까지도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음. 외전에서 덕개는 본인만 이방인 같아서 이들 사이에 끼어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단 말임. 애초에 데드파더스는 서로가 서로를 믿을 이유가 명확히 있는 것도 아니고, 서로에게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조직도 아님. 그런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으니 덕개는 스스로 이방인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음. 자기는 이들에게 인정받을 만한 사람도 아니고, 그런 노력조차도 하지 않고 있는데 그냥 받아 주는 사람들이니까 도리어 불편감을 느끼는 거임. 데드파더스의 덕개는 끊임없이 주변을 살피며 자기가 있어도 되는 자리를 찾는 사람이었을 거고, 그 자리에 있을 만한 사람이 되려는 인물이었을 것이기 때문임.
그런데 이렇게 살면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음. 울프팩의 일이 막 끝나고 연구실 밖에서 데드파더스와 다시 모였을 때, 덕개는 울프팩 잔당을 정리하고 나면 ‘한적하게 혼자 살까 싶다’, ‘난 지쳤어. 그만할래.’라고 함. 그동안 조직 내에서 제게 가해지던 압박과 의심이 사라진 후 긴장이 풀어지면서 그동안 억눌렀던 피로감이 몰려온 거라고 생각함.
그리고 이렇게 홀로 고립되려는 덕개를 붙잡고 그가 있을 곳을 마련해 주는 건 데드파더스, 더 정확히는 라더임. 자기가 이방인 같다는 덕개의 고민은 사실 단순하지도, 가볍지도 않은데, 라더는 그런 고민에 ‘그럼 문신을 새기자’라는 아주 단순한 답을 준단 말임. 이런 단순하고 둔감한 면모가 오히려 덕개한테는 편할지도 모름. 눈앞의 사람이 가면 뒤에서 자기를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 살펴야 했던 덕개가 유일하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러니 쓸모없어지면 버려진다는 덕개의 헛소리를 깨부수는 건 라더일 수밖에 없음.
데드파더스의 덕개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단연 라더인데, 라더는 덕개가 여전히 울프팩의 일원임에도 단 한 번도 덕개를 의심하지 않음. 팽이나 조라는 물론이고 공룡과 잠뜰도 덕개를 한 번씩은 의심하고 총도 겨눴는데, 라더는 그런 잠뜰과 공룡 앞에서 ‘전’ 자도 붙이지 않고 ‘동료야, 동료.’라고 못 박아 말한 인물임. 이러한 믿음은 조직을 벗어난 후에도 덕개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이렇게 관계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가 덕개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 때문일 것임.
근데 덕개는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더라도 내심 라더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을 것임. 애초에 데드파더스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라더를 보고 그 시절에 ‘빈민촌 출신 백수’였다고 해 버린 인간임. 물론 농담이었겠지만 사실이 섞여 있는 진심도 있었을 것임. 숫자나 글자를 못 본다는 점도 있지만, 성격이나 행동 자체가 앞뒤 안 가리고 무모하고 단순무식하게 구니까 당연함.
근데 “넌 형을 너무 바보로 보는 경향이 있어.”라는 라더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라더는 덕개의 그런 시선까지도 알고 있음. 그럼에도 예나 지금이나 덕개를 믿고 좋아함. 그러니 덕개가 라더를 믿지 않을 수 없을 거고,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임. 샤그레이브에서 헤어질 때 ‘여긴 중학생한테 다 맡기냐’라고 하던 덕개가 라더의 말 한마디에 잠뜰을 유능하다고 인정해 버리는 것만 봐도, 덕개에게 라더가 얼마나 큰 존재인지 알 수 있는 거임. 설령 자신을 조직에 남겨두고 홀로 떠났다 하더라도, 그리고 그로 인해 자기가 끊임없이 시험에 들어야 했음에도 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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