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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타래: twitter.com/snail_er/status/1367252930244481026
1. 썰 마지막 부분 수정+내용 추가됨. 나머지는 내용상 바뀐 부분 없이 복사, 붙여넣기만 하고 읽기 편하게 문단만 나눔.
2. 커플이 된 상태를 전제로 쓴 거라 이부시마라고 써 두긴 했지만, 내용에 커플링 요소 거의 없음.
2021.03.24. 06:34 마지막 문장 수정
우발적 살인/살인 미수 또는 상해 치사 용의자가 도주해서 404가 쫓는 걸로 시작하는 글러먹은 이부시마(사귀고 있음) 보고 싶네. 마침 현장에서 엄청 가까이 있었던 404, 발이 몹시 빠른 이부키 덕분에 용의자랑 대치하는 상황까지는 왔는데, 용의자가 사람들 틈에 섞여서 도망가려고 했던지라 주변에 인파가 꽤 있는 상태인 거지. 일반인들은 대치하고 있는 용의자와 404에게서 거리를 조금 두고 있는 상태긴 하지만, 구경하겠다고 도망도 안 치고 있는 상태에 용의자를 따라잡은 건 현재 404 2명뿐이라 일반인의 인파 라인을 밀어낼 인원도 더 없는 상황.
방금 사람 한 명을 죽인(또는 죽이려고 한) 상태라 범인은 흥분한 상태고, 구경꾼도 많겠다 여차하면 일반 시민 한 명 붙잡아서 인질로 삼을 생각이었지만, 그나마 404가 범인을 계속 경계하면서도 튀어나오려는 시민들 막으며 뒤로 물러서라고 외치고 있어서 그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임.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행인들도 뭔가 싶어서 한 명씩 한 명씩 몰려들고 그럴수록 범인은 인파에 둘러싸여서 도망치기 불리해지겠지.
그때 범인은 자기한테는 실제 범행에 사용했던 흉기 외에도 몇 가지, 도망치느라 경황이 없던 중에 주변을 막 더듬다가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가지고 나와서 주머니에 막 쑤셔 넣었던 물건들이 있었음을 떠올림. 범인은 여전히 404를 향해 피 묻은 흉기를 겨눈 상태로, 널찍한 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음. 잡히는 건, 개수가 족히 20개는 될 듯한 열쇠 꾸러미와 손보다 약간 긴 수준의 작은 스패너. 손에 들고 있는 칼처럼 날카롭지는 않지만, 얼마든지 흉기로 쓸 수 있을 만큼 묵직했음.
칼은 최후의 보루, 스패너는 혹시 모를 보험으로 남겨두기로 하고, 범인은 열쇠 꾸러미를 손에 쥠. 서로 거리를 약간 둔 상태로 범인을 노려보고 있는 404를 한 명씩 빠르게 살피다가, 범인은 손에 쥐었던 열쇠 꾸러미를 힘껏 던짐.
타깃은 시마도, 이부키도 아닌, 404보다는 뒤쪽이지만 그나마 조금 가까이 다가와 있던 일반 시민 중 한 명으로, 정확히 얼굴 위치로 조준해서 던짐. 범인이 노렸던 일반인은 이부키와 시마의 사이에 있던 게 아니라 시마 쪽(이부키-시마 순으로 서 있다면 시마보다 더 오른쪽에)에 있는지라 이부키는 막을 수 없는 위치고 시마는 아슬아슬하게 막아 줄 수 있는 위치였음.
범인이 404가 아니라 일반 시민을 노린 이유는 첫째, 경봉을 쥔 채로 경계하고 있는 경찰이라면 뭔가를 던져도 분명 막을 수 있을 테지만 그저 재미 삼아 구경하고 있는 일반 시민이라면 갑작스러운 습격을 막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고, 둘째, 경찰이 둘밖에 없는 상황에서(지원도 늦어지는 듯하고) 시민이 어느 정도 이상의 부상을 입는다면 경찰은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을 테니 적어도 한 명은 떼어놓을 수 있는 데다, 나머지 한 명이 달려든다 해도 칼과 스패너가 있으니 어떻게든 도망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
시마도 이부키도, 범인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뭔가를 던지기까지의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친 것은 아니었고, 이부키는 위치상 움직였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지만, 시마는 그렇지 않았음. 이부키와 함께하면서 덩달아 반응속도며 다리가 빨라지기라도 한 것인지, 범인이 열쇠 꾸러미를 던지기 직전에 시선이 움직이는 걸 보고 몸이 먼저 그 방향으로 나감. 덕분에 원래라면 시민이 맞아야 했을 것을 본인의 몸으로 받아냈는데, 노리던 곳이 얼굴이다 보니 범인이 던진 물건은 정확히 시마의 머리에 맞게 됨. 정확히는 눈썹뼈와 관자놀이에 걸친 부위에.
십수 개의 열쇠가 찰그락거리며 흩어졌고, 묵직한 금속 뭉치에 맞은 머리가 띵 울리며 무게를 못 이기고 넘어감. 사방으로 아무렇게나 흩뿌려지는 열쇠 가운데에는 피가 묻은 것도 있었음. 칼날만큼 예리하진 않았지만, 납작하게 정제된 금속의 단단하고 날카로운 모서리들은 사람의 피부를 찢기에는 충분했던 듯함.
바닥으로 몸이 넘어가는 순간에 이부키와 마주친 시마의 눈은 이부키에게 범인을 잡으라고 말하고 있었음. 그렇지만 이부키의 몸은 시마를 향해 달려갔으며(이부키로서 조금 핑계를 대자면 관성 탓도 있었을지도) 그대로 아스팔트에 곤두박질칠 뻔한 시마의 몸을 받아냄.
그러는 사이에 범인은 칼로 시민들을 위협하며 404의 반대 방향으로 길을 만들어 도주. 이부키를 보던 시마는 도망치는 범인의 등이 흐려지는 걸 보면서 그대로 눈이 감김.
"젠장...."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제대로 맞았나 보군.'
꺼지는 의식 속에서 이부키의 목소리가 들림.
"구급차, 구급차 불러!"
*
시마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날이 저문 후였음. 천천히 눈을 뜨는데, 예상치 못한 통증에 시마는 반사적으로 "윽...." 하고 신음함. 그 목소리에 옆에서 허리도 고개도 푹 숙이고 있던 이부키가 고개를 듦.
하지만 시마에게는 그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음. 오른쪽 시야가 새까맸음. 손을 들어 오른쪽 눈가를 더듬어 보니 부드러운 거즈와 붕대가 닿음. 눈을 다쳤나? 그런 생각이 들 때, 이부키가 입을 엶.
"눈은 세이프. 하지만 찍히고 찢기고 한 상처는 열몇 바늘인가 꿰맸대."
"그래. 범인은?"
"그 뒤에 지원 왔던 녀석들이 쫓아서 체포 완료. 범인이 도망칠 때 휘말린 일반인 1명이 부상."
"...."
"...크게 다치지는 않았대. 손을 조금 베였을 뿐."
"그건 다행이네."
잠깐의 침묵이 흐르다가 시마는 다시 입을 뗌.
"왜 범인을 쫓아가지 않았어?"
"뭐?"
"거기서 범인을 쫓았다면 더 빨리 잡을 수 있었을 거야. 지원도 금방 왔을 텐데."
범인이 도망치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경찰 인력이 더 왔던 건 사실이고, 이부키의 다리로 거기서 계속 쫓았으면 범인의 행적을 중간에 놓치지 않았을 테니 체포 시간이 더 앞당겨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며, 그렇게 됐다면 일반인이 휘말리지 않아도 됐을 것임. 어디까지나 가정의 얘기긴 하지만, 시마의 말에 딱히 틀린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음. 그것과 이부키의 판단은 별개지만.
"쫓을 수 있겠냐."
"지원도 왔을 거고, 그 자리에 사람이 그렇게나 많았는데, 이 정도 상처는 응급 처치가 됐겠지."
"아니 아니, 그건 모르는 일이지. 애초에 눈앞에서 시마가 쓰러지는데 그 상황에서 범인을 쫓는다니 말도 안 돼."
"그건 형사로서의 판단인가?"
"허?"
아이를 훈육하는 듯한 투로 시마가 물음. 시마답게 차분한 목소리지만, 어딘가 불만족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았음. 시마의 그런 반응에 불만스러운 건 이부키도 마찬가지였음.
잠시의 텀을 두고, 시마가 다시 입을 엶. 조금 전보다는 부드러운 목소리였음.
"이부키. 나랑 파트너로서 처음으로 24시간 근무했던 날 기억해?"
"뭐야, 갑자기? 말 돌리기?"
"404호 차가 폐차됐던 사고 때."
"기억하지. 그보다 그 얘기가 왜 지금...."
"그때, 이부키는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범인을 쫓았어."
"뭐?"
"그때와 오늘. 아까의 현장에서 너는 형사로서 판단한 건가? 아니면 나의 '파트너'로서였어?"
"...."
"그것도 아니면 연인이었나?"
시마의 물음에 이부키는 입을 다물고 시마를 바라봄. 붕대와 거즈에 가려진 시선을 마주치지 않은 채 천장만 보고 있던 시마는 어느새 고개를 돌려 이부키를 바라보고 있었음. 언제나처럼 표정은 없었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시마 쨩."
빙긋 웃으며 이런 말로 장난스럽게 넘기는 듯하던 이부키는 시마 눈을 똑바로 마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함.
"형사로서도, 파트너로서도, 연인으로서도 아니야."
"...."
"나는 인간으로서 생각하고, 지금도 인간으로서 이야기하고 있는 거라고."
한참을 노려보듯 서로를 향하던 시선 중 시마의 눈빛이 누그러지면서 하나의 대화가 그렇게 일단락됐음을 알림. 푹 내쉬는 한숨 소리에 병실을 감돌던 팽팽한 기류가 풀어질 때, 이부키가 다시 가볍게 입을 엶.
"그렇지만 말야. 시마 쨩, 굳이 몸으로 막을 필요는 없지 않았어?"
"그럼?"
"경찰봉으로 날려 버린다든가?"
"야구냐? 던진 게 열쇠가 아니라 칼이었으면 어떡할 거야. 무턱대고 쳐 냈다가 잘못해서 시민 쪽으로 날아가면 그거야말로 큰일이잖아."
"그건 홈런으로 어떻게든."
"바보냐? 아, 바보였지."
바보 소리를 들으면서도 뭐가 재밌는지 이부키는 기지개를 켜면서도 계속 키득키득 웃음. 그러다가 또 새롭게 말을 걺.
"그럼 한 가지만 더 물어봐도 돼?"
"안 됩니다."
"있지, 시마 쨩."
"대답을 안 들을 거면 뭐 하러 물어본 거야?"
시마는 볼멘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하, 짧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결국은 이부키의 말을 들어 줄 것임.
"뭔데."
마음대로 떠들라는 듯 그렇게 말을 던지고 시마는 이부키에게서 고개를 돌려 다시 천장을 바라봄. 나이에 맞지 않는 장난기가 서려 있던 이부키의 표정은 시마의 말을 끝으로 빠르게 굳어 감.
"시마 쨩 말대로 범인이 던진 물건이 칼 같은 거였으면 어쩌려고 했어."
가볍게 날아가는 듯하던 이부키의 목소리는 무서울 만큼 착 가라앉아선 으르렁거리며 분위기를 뒤바꿈. 병실에 침묵이 감돎. 시마는 무섭게 노려보는 눈을 마주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발가벗기고 속내를 들추어 내놓는 것 같았음.
"그때 시마는 뭐였어? 시민을 지키는 형사? 그저 한 명의 인간?"
시마의 눈은 여전히 하얀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지만, 거즈나 콧대에 절묘하게 가려져 이부키에게는 보이지 않았음.
"그 순간, 시마를 움직이게 한 건 뭐야?"
직업의식? 인간성? 아니면, 죽고 싶은 본성?
시마의 눈을 볼 수 없는 이부키에게 시마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는 것이 보이는 듯했음. 사회적 가면을 쓴 것도, 그렇다고 진심으로 즐거워 드러나는 것도 아닌, 언젠가 한 번 본 적이 있는, 짙은 위화감 어린 미소가, 저녁 노을의 그림자 아래로 드리워져 있는 것 같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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