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 제외 996자




   마계법사의 마을에서 자란 그에게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라는 것은 그리 먼 이야기는 아니었다. 며칠 전에 찾아와 마도구를 받아가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던 마계기사의 전사 소식을 듣는 일은 이미 일상의 한 부분이라고 할 만큼 숱하게 봐 왔다. 그러나 그와 같은 죽음도 결국에는 ‘남’의 이야기였기에 쉽게 넘길 수 있었다는 것을, 야마가타나 츠바사는 지금에 와서야 절절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어느 날, 돌연 칸타이에 재앙이 찾아왔다. 가히 ‘군단’이라 할 수 있을 만큼의 어둠이 칸타이의 하늘을 뒤덮고 지상을 빼곡히 메웠다. 호러 특유의 사기와 음아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수행이 되어 있지는 않았으나, 이만큼이나 되는 사기가 한 번에 몰아닥치자 둔한 어린 마계법사도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마계법사는 싸우지 않는다. 그 옛날 최초의 마계기사가 출현하기 전에는 마계법사가 호러와 맞서 싸웠다고는 하지만, 소울메탈과 갑주를 두른 마계기사가 전선에 나서 싸우고 있는 현재 마계법사의 역할은 후방 지원이었다. 마계법사는 직접 싸우지 않고 ― 개중에는 마계기사에 버금갈 만큼 강한 마계법사도 있다고 하지만 ― 마도구의 제작과 관리에 힘쓴다. 그렇기에 오히려 상급 호러에게는 가장 먼저 습격당하는 일도 있다. 칸타이라는 마을이 숨겨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런 칸타이가.


   “아버지, 어머니…….”


   츠바사의 목소리가 닿은 곳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거대한 마수의 손톱이 땅을 무자비하게 헤쳐 놓은 자국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는 선 채로 죽은 듯 아무것도 없는 그 자리를 줄곧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 마음에 고이기 시작한 웅덩이가 무엇을 불러내고 있는지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오빠!”


   츠바사의 정신을 돌아오게 한 것은 뇌리를 파고드는 아이의 목소리였다.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아는 아이의 것이었다. 한쪽으로 머리를 짧게 올려 묶은, 갈 곳을 잃은 아이는 자신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허리께밖에 오지 않는 자그마한 몸이 츠바사의 몸으로 안겨 왔다. 두 팔로 감싸 안은 아이의 몸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무서워…….”

   “린…….”


   린의 키에 맞춰 츠바사는 무릎을 꿇었다. 떨어지기 싫은 듯 품 안으로 파고드는 아이를 부드럽게 떼어 내고 얼굴이며 몸을 훑어본다. 이 난리 속에서도 다행히 린은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았다.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쓰다듬어 주고, 츠바사는 다시 린을 품 안에 들였다. 아직 절망해서는 안 된다. 이 아이의 세상에는, 린의 가족은 이제 자신밖에 없었다. 포기할 수는 없다. 린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린의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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