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하쿠가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 영향력 순위대로 써 보자면 타츠야가 단연 1위일 테고, 그 다음은 츠쿠모, 그 다음이 코브라랑 야마토일 것 같지. 근데 타츠야가 맡긴 코하쿠의 오토바이 키, 츠쿠모는 왜 그걸 자기가 직접 전해 주지 않고 코브라와 야마토한테 대신 전해 달라고 했을까?
일단 타임라인을 좀 정리해 보자.
1-1. 코하쿠는 타츠야의 묘에 가서 ‘츠쿠모가 깨어났다’고 전함 -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츠쿠모와 리한테 타츠야를 죽인 진범이 쿠류란 사실을 들은 코하쿠가 타츠야의 묘에서 만남 - 코하쿠가 먼저 자리를 뜨고, 츠쿠모는 타츠야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코하쿠를 따라가겠다’고 말함
1-2. 예전에 무겐의 개리지였던 곳에서 코하쿠와 츠쿠모가 만남.
‘네가 혼수상태였을 때 나는 지옥에 있는 기분이었다. 그 날 이후로 내 시간은 멈췄다.’
‘복수한다면 당신의 시간이 다시 움직일까?’
‘그래. 아마 그렇겠지.’
2. 코하쿠, 츠쿠모, 마이티 워리어즈, 다우트가 소드 지역에서 깽판 놓음 (그 결과가 시즌 2 각 지역의 마지막 장면들)
3. 류가 츠쿠모에게 보여줄 게 있다며 부름. 그때 루드가 류 습격. 사실은 함정이었고 루드가 크게 당함. 츠쿠모가 자리를 뜸 (이때 스모키의 말을 듣고 무명가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걸 안 듯하며, 코하쿠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거나 커진 듯)
류 “세월이란 잔혹하기 그지없죠. 지금까지 계속 거기서 잠들어 있었군요. 끝을 보여드리죠.”
4. 류와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에 사이고와 츠쿠모가 만남 “코하쿠에 관한 거다. 목숨은 소중한 거야.”
5. 비슷한 시간에 코하쿠가 코브라와 야마토를 만남
6. 마이티가 축제하고 있는 곳(본거지?)로 돌아와 있는 츠쿠모, 그리고 야마토와 코브라를 만나고 조금 늦게 돌아온 코하쿠. 코하쿠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임. 츠쿠모는 무명가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전하며, 리와 손을 잡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것을 권하려 하지만 때마침 나타난 리에 의해 끝까지 말하지 못함.
7. 츠쿠모가 야마토와 코브라를 찾아감. 야마토와 코브라의 상처를 보고 코하쿠가 그랬음을 바로 알아챔. 코브라에게 오토바이 키를 맡김. 모든 게 끝나고 코하쿠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함
8. 이틀 뒤 싸움이 시작되기 직전, 코하쿠가 무겐의 사진을 태우며 기다리라고 하는 걸 츠쿠모가 보게 됨.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군. 당신 쿠류와 같이 죽으려고? 그럼 그 얘기(1-2)는 뭐였지? 죽으면 시간은 영원히 멈춰!” “츠쿠모. 더는 방해하지 마.” “난 단지 예전의 코하쿠 씨로 돌아오길 바랄 뿐이야.”
9. “목숨을 소중히 하라고 말한 건 당신이잖아!” “어디에도 얽매이지 마. 우리는 언제까지나 자유롭게 달릴 수 있고, 그걸 알려준 게 무겐이라고.” “그러니까 죽으면 안 돼.”
1-1이랑 1-2랑 헷갈리지만, 개리지에서 만난 후에 타츠야의 묘에 간 거라면 두 사람이 함께 갔을 것 같지. 그러니까 시간 순으로 1-1 이후에 1-2인 걸로 보는 게 나을 것 같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타츠야 묘에 가서, 무슨 일이 있어도 코하쿠를 따라가겠다고 말했던 츠쿠모가(사실 따라간다는 게 꼭 몸이 함께여야 한다는 건 아니겠지만) 코하쿠의 눈앞에서 사라진다는 생각을 하게 된 좀더 결정적인 계기가 있을까? 자기가 병원에 있을 때 코하쿠의 심정을 본인 입으로 전해 들었던 게 컸나?
근데 츠쿠모가 생각하는 ‘예전의 코하쿠’라는 건 타츠야에 대한 죄책감을 떨쳐낸 코하쿠 아닌가? 코하쿠가 죄책감에서 벗어난 상태를 상정하고 나서, 그 이후에 코하쿠의 정신적인 부분에 있어서 자기가 악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하고 코하쿠의 곁을 떠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음.... 사실 트라우마라는 게 단번에 그렇게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니겠지. 더 무비 엔딩 이후에도, 어쩌면 엔오스 이후에도 종종 코하쿠는 타츠야에게 시달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전보다는 빈도도 적을 테고, 그런 환청과 환각으로 인해 받는 고통의 크기도 훨씬 줄어들었을 것 같지만. - 근데 내가 이 부분을 인정을 못하겠다. 이건 좀 기호의 문제인 것 같아. 타츠야의 죽음은 코하쿠가 죽을 때까지도 가져가야 할 기억이겠지만, 평생 그 기억으로 인해 고통 받는다면, ‘츠쿠모’라는 트리거가 자꾸 타츠야의 죽음을 상기시켜서 괴롭다면, 그게 최선의 해피 엔딩이 맞는 건가?
근데 그렇긴 하네. 츠쿠모가 코하쿠의 곁을 떠나려는 이유가 있다면, 그건 코하쿠의 실제 상태를 객관적으로 고려해서 내린 결론이기보다는 츠쿠모가 혼자만의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이니까. 실제로 코하쿠가 어떻느냐 하는 문제는 두 번째겠네. 츠쿠모가 걱정할 수는 있어. 그렇다면, 그 이유가 타츠야에게 맹세했던 ‘코하쿠를 따라가겠다’는 말보다 상위에 놓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어떨까?
츠쿠모는 지옥에서 살아 왔던 코하쿠의 눈을 봤어. 내가 코하쿠 씨의 삶에 지옥을 재림시킬 수 있는 존재가 된다면.
내 생각에는 츠쿠모를 보며 몰려오는 트라우마보다는 츠쿠모가 옆에서 사라짐으로써 혼자가 되는 게 더 아플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엥? ‘무겐’이 없어져도 동료가 사라지는 게 아닌 것처럼, 몸이 멀리 떨어져도 동료가 사라지는 게 아니잖아. 코하쿠가 그 부분까지 깨닫게 된다면, 츠쿠모가 곁에 없어도 동료가 없어져서 외로움을 느끼지는 않을 것 같은데. 더 무비 엔딩 이후의 코하쿠라면 오오시랑 코니시도 멀리 떠났지만 여전히 동료라고 생각할 테니까.
근데 그렇다면 코하쿠는 코브라한테 오토바이 키를 건네받으면서 죄책감을 떨칠 수 있었고, 그대로라면 츠쿠모는 원래 생각대로 코하쿠를 떠났어야 하는 거 아닌가? 코브라에게 오토바이 키를 넘길 때의 츠쿠모와 더 무비 엔딩에서 코하쿠와 함께 있는 츠쿠모는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어느 순간에 왜 바뀌게 된 걸까?
사실 더 무비 때의 코하쿠가 츠쿠모에게 얼마나 의지하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시의 코하쿠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츠쿠모밖에 없었다는 건 사실이라. 츠쿠모 스스로도 그걸 알고 있지 않았을까. 원래 코하쿠를 쭉 따라갈 생각이었지만, 이런 상태의 코하쿠를 츠쿠모는 떠나지 ‘못한’ 거였을지도 모른다. 자기의 존재가 코하쿠의 트라우마를 건든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지금의 코하쿠가 여차할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을 테니까.
사실 나는 4에서 사이고의 경고(이게 뭐에 의해 목숨이 위협 받는 상황을 말한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쿠류와 함께 죽을 거라는 코하쿠의 생각을 사이고가 거기까지 알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냥 단순하게 거대한 힘에 덤벼들면 죽는 법이라고 경고하려는 거였겠지?)를 듣고 여차 하면 자기가 코하쿠 대신 희생할 생각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봤다. 근데 그 코하쿠한테 목숨을 소중히 하라는 말을 들은 츠쿠모가 그렇게 간단히 자기 목숨을 내놓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츠쿠모의 삶은 코하쿠가 이어준 거나 다름없으니까 그 사람을 위해서 쓴다면 얼마든지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기도 하고. 나한테는 그렇게(목숨을 아끼라고) 말해 놓고 당신이 죽으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하긴 했지만, 죄책감에 죽은 사람을 따라가겠다며 죽는 것과 소중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죽는 건 다르니까.
츠쿠모는 ‘쿠류와 싸우다가’ 죽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을 것 같다. 코하쿠가 언젠가 말했던 대로 ‘목숨은 소중하니까’. 죽을 생각도 전혀 없고, 실제로 절대 안 죽을 것 같지. 그래도 코하쿠를 지키고 대신 죽는 거라면 얼마든지 목숨을 내던질 수 있을 것 같아. 근데 만약 츠쿠모가 코하쿠를 살리고 죽어 버리면, 타츠야 때랑 완전히 똑같아지는 거잖아. 코하쿠는 타츠야에 대한 죄책감을 떨치기도 전에 츠쿠모에 대한 죄책감까지 짊어져야 하는 건데. 츠쿠모가 그걸 몰랐을까?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서 코브라랑 야마토한테 부탁한 건가. 자기 혼자로는 힘드니까. 코브라가 츠쿠모를 죽일 생각까지 했을까 싶지만은, 그때의 코하쿠는 말 그대로 미쳐 있었으니까. 코브라랑 야마토가 타이밍 좋게 나타나지 않았으면 츠쿠모는 정말 죽었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어디 한 군데 크게 망가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어차피 죽을 생각이었는데 츠쿠모 몫의 죄책감 하나 더 얹는다고 대수냐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어쨌든 힘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츠쿠모는 자기 혼자서는 코하쿠를 되돌리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코브라와 야마토에게 도와 달라고 한 거지.
사실 나는 츠쿠모가 과연 코하쿠의 생각(쿠류와 함께 죽어서 타츠야를 따라가겠다는)을 몰랐을까 하는 데에도 의문이 들었는데, 이렇게 되면 말이 된다. 코하쿠의 생각을 알고 있었음에도 마지막까지 말로 설득하고자 했고, 그게 통하지 않을 것을 대비해서 코브라에게 오토바이 키를 넘긴 거고. 자기가 죽는다는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해 놨기 때문에 코브라에게 오토바이 키를 대신 부탁한 건가? 근데 츠쿠모 죽을 땐 죽더라도 절대 코하쿠 앞에서는 안 죽을 것 같아.
타츠야의 묘 앞에서, 정말 오랜만에 만난 코하쿠가 말 한 번 붙이지 않고 자기를 지나쳐 갔을 때 츠쿠모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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