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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 일컫기에는 아직 날짜가 많이 모자랐으나, 도로에 일렁이는 열기만큼은 한여름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가벼워진 직원들의 옷차림을 눈으로 훑던 카네츠구는, 일주일 전에 미리 청소를 끝내 놓은 에어컨을 가동하기로 한다. 바람이 잘 통하는 건물은 아직 버틸 만한 정도이기는 했으나, 개중에 손부채질 따위를 시작한 직원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칙칙한 사무실이었으나 경쾌한 멜로디와 함께 시린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제법 풀리는 얼굴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사무실 의자 몇 개인가가 바퀴를 구르는 소리가 들리고, 활짝 열려 있던 창문도 순식간에 닫혔다.
“꽤 더웠나 보네요.”
그렇게 말하는 카네츠구도 계절이 바뀌기 시작하자, 출근과 함께 정장 재킷을 의자에 걸어두는 것이 사무실에서의 일상이 되어 있던 참이었다.
“카네츠구의 말대로군.”
조금 전까지도 물이 가득 차 있던 페트병은 물이 반절밖에 남지 않은 채 테이블 위로 놓였다. 몸에 열이 많은 듯하면서도 땀을 흘리는 일은 좀처럼 없는 우에스기도 어느새 재킷은 의자에 걸어둔 채였다. 주인의 움직임에 따라 끼익하고 우는 의자의 목소리는 사무실의 부산한 잡음에 쉬이 묻혀 사라진다. 몸을 일으켜 크게 뚫린 창을 향해 다가서는 우에스기의 뒤로 카네츠구도 몸을 옮겼다. 테라스 밖으로 나가는 것인가도 싶었으나, 막 시원한 공기가 순환하기 시작한 실내를 벗어나 텁텁할 만큼 더운 공기가 끓는 밖으로 나가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창은 컸으나 내다본다 해도 시커먼 아스팔트와 칙칙한 빛의 건물들에 원경은 죄다 막혀 있는 광경이었다. 뭐, 일터 따위에 아름다운 경관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올해는 조금 아쉬울 만한 일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카네츠구가 입을 열었다. 시선의 끝이 닿는 곳은 우에스기의 그것이 향하는 곳과 같았다. 그의 상사는 새삼스럽게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이어질 말을 기다려 주었다.
“올해는 꽃 구경을 하지 못했네요.”
날은 벌써 여름으로 접어들어 도시의 초목은 벌써 색색의 꽃을 양분 삼아 녹색의 옷을 두른 지 오래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개나리나 철쭉 따위가 피어 있던 것 같던 츠루가조 지사 주변의 수풀들도 햇볕에 그을린 듯한 진녹색의 잎사귀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사실, 건물이 답답하게 밀집되어 있는 이 지역에는 꽃나무가 별로 없었다. 만개한 꽃을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눈요기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런 이유로 우에스기는 매년 봄가을이면 휴일을 내어 유흥의 시간을 만들곤 했다. 아름다운 것과 함께 마시는 술은 언제나 맛이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간이 올봄에는 없었더랬다. 그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전에 없을 정도로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꽃이 만개한 시기에 좀처럼 휴일을 만들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겨우 여유가 생기기는 했으나, 시기가 나쁘게도 꽃은 모두 떨어지고 난 후였다.
“아쉽게도…….”
말을 보탠 것은 우에스기가 아니었다. 우에스기는 퍽 오랜만에 친히 고개를 돌려 그의 부하에게 시선을 주었다. 제 상사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는 꼭 그가 자신을 볼 것을 알기라도 한 듯 눈을 맞춰 오고 있었다.
“카네츠구가 그런 말을 하다니 별일이구나.”
“그런가요?”
좀처럼 볼 수 없을 얼굴로, 카네츠구는 우에스기를 향해 반문했다. 마냥 부드럽다기에는 꼭 독을 품고 있는 듯한 미소였으나, 잘 벼려져 있는 그의 서슬은 절대 제게 향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나오에 카네츠구는 주인의 손에 잘 길이 든 검이었다.
그리고 그런 인상에 어울리게도 카네츠구는 때를 맞아 즐기는 것 따위에는 별달리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애초에 유흥을 즐기는 성미는 아닌 모양이었다. 카네츠구는 매일같이 제 상사가 보내는 감흥의 시간을 함께했으나, 술이 그의 취미는 아니라는 것쯤은 알았다. 뭐, 그런 남자에게도 그 나름의 유희는 있는 법이었다.
“우에스기 씨가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는 건 저의 낙이니까요. 올해는 아쉽게도 놓쳐 버렸으나…….”
“…….”
“다음 해에는 꽃그늘 아래에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가벼운 말처럼 넌지시 던지는 언어 아래에는 열망이 깔려 있었다. 돌아올 대답이 무엇인지 뻔히 알면서도, 그는 또렷하게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답임에도, 그것을 제 주인께서 직접 입으로 내주기를 바라는 눈이었다. 우에스기 앞의 카네츠구는 그렇게 단 한 톨의 속내조차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제 주인이 자신을 꿰뚫어 보는 것처럼, 카네츠구 역시 그를 알고 있었다. 그러니, 자신의 주인은 곧 이렇게 말하리라.
“카네츠구의 말대로다.”
다음 해에도 우에스기 카게카츠의 옆자리에는 나오에 카네츠구가 서 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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