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남사] 이시다 미츠나리의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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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9. 06:04 일부 수정
2019.12.01 23:38 제목 수정(190218 → 이시다 미츠나리의 우울)
무미건조한 신호음이 이어지고 끊어지기를 반복했다. 불필요한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알았으나, 요즘 같은 시대에 컬러링 하나 설정해 두지 않는 사람은 잘 없었다. 회사에서는 늘 철저하게 무음 모드로 해 놓기에 그의 휴대폰이 울리는 것을 본 적은 없지만, 분명 벨 소리도 초기 설정 그대로일 것이 분명하다. 정말이지, 무슨 재미로 사는지 알 수 없는 인물이었다. 나오에 카네츠구는.
전화를 받지 않아……. 참을성 없는 전화기는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안내 음성을 내뱉었다. 사실 기대하지는 않았다. 전화를 걸기는 했으나 지금 시각은 8시도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SLPM사 임원으로서의 하루는 끝나고도 남을 시간인 것이다. 그러나 연락이 되지 않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터다.
그쪽과 이쪽은 명함에 같은 회사의 로고를 달고 있었지만, 일하는 장소며 부문도 전혀 다른 데다 성격적으로도 맞는 부분이 있다고는 할 수 없었다. 정기적·비정기적으로 열리는 임원 회의가 있어야 그나마 얼굴을 마주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지낸 것이 몇 년이나 쌓이다 보면, 상대방에 대해 어쩔 수 없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예컨대, 우에스기 카게카츠와 나오에 카네츠구는 매일 밤마다 술자리를 갖는다는 이야기 같은 것들 말이다.
소문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내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장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병환과 함께 SLPM사에 찾아온 지위 변동으로 인해 우에스기 쪽과 연락해야 할 일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알게 된 일이기도 했다. 그 이야기가 사내에서 유명하다는 것은 그 뒤에 알게 된 것이었다. 뒤에서는 구질구질한 이야기도 함께 퍼진 모양이었다. 그 이야기를 나오에 카네츠구가 모르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으니, 그저 본인들은 신경을 쓰지 않는 스탠스인 듯했다. 아무렴 좋은 이야기였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쪽이었다. 아사노 나가마사를 치워 버린 일에 후회는 없다. 다소 감정적으로 행동했다고는 생각하지만, 어차피 언젠간 잘라 버릴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빈 자리를 메울 사람을 미리 골라놓지 않은 것은 명백한 실수였다. 인터넷 루머 따위에 휘둘리기 시작하니 이렇게나 비이성적이고 비계획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사노는 옆에서 쫑알쫑알 시끄럽게 떠들기만 하는 인간이었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문제만으로도 아픈 머리를 뒤흔들기만 하는 인간인 것이다. 그러나 그가 회사 안에서 담당하고 있는 부분이 제법 컸음을 간과하고 있었다. 아사노가 SLPM사 간부 회의에서 당당히 상석에 앉아 있던 것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만은 아니었다.
손에 쥐어져 있던 핸드폰이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단단한 암석재의 바닥은 아니었기에 날카로운 충돌음은 나지 않았으나, 부드러운 패브릭 바닥재였음에도 전자기기의 부품 몇 개가 분해되어 튀어 나갔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반평생을 몸 바쳐 일했건만 전 사장은 회사를 경영할 후견인을 멍청한 아들에게 맡길 생각을 하지를 않나, 조금 능력이 있다 싶으면 앵무새마냥 시끄럽게 떠들어 대지를 않나. 고분고분하고 능력도 있다 싶으면 이미 다른 녀석의 밑에서 충실히 일하고 있으며, 그런 부하를 가진 자는 은근히 적개심을 드러내는 데다 건방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까마득하게 어린 애송이가 버릇없이 구는 것까지.
“핸드폰…… 비싸…….”
한 명 더 있었다. 쓸모는 있어 보이나 멍청한 보디가드. 지금 눈앞에 닥친 상황에는 하등 도움 안 되는 존재였다. 탄탄대로를 걷기 전에 겪어야 하는 통과 의례라고 하기에는 모든 상황이 참 가혹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별수 없었다. 인테리어가 모조리 뒤바뀐 사장실에 한숨 소리가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