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 제외 5,555자




   새까만 밤이 내려앉았다. 동네가 동네다 보니 가로등의 수는 많지도 않았고, 그나마 길거리에 서 있는 가로등의 불빛들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 떨리고 있었다. 시커먼 아스팔트 도로는 밤의 어둠에 파묻혀 있었으나, 이 거리에 이골이 난 코하쿠는 한쪽뿐인 눈으로도 헤매는 일 한번 없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코하쿠가 통과한 문 위로 ‘Bar ODAKE’라고 쓰인 네온사인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서 와.”

   “보드카로.”

   “, .”


   리드미컬하고 가벼운 마담의 대답과 함께 무겐 딱지가 붙은 투명한 병 하나와 작은 유리잔 하나가 스탠드 위에 올라왔다. 이곳에 온 걸 보면 또 무슨 일이 있긴 있는 모양이었다. 하고많은 술집 중에서 굳이 바에 와서 스탠드 앞에 자리한다는 것은 그런 게 아니겠는가.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필요한 것일 테다. 아니, 정확히는 이야기를 곳이 필요했다는 게 맞을 터다.


   “웬일로 혼자 왔네?”

   “‘파트너는 어쨌어?”


   마담의 은근한 질문에 히사코가 말을 보탰다. 남은 밤은 긴데 벌써부터 히사코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꼭 어린아이의 것 같은 호기심이 술기운에 섞여서는 두 눈에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코하쿠는 두 여인의 말에 대답을 하는 대신 쯧, 하고 혀를 차며 잔에 술을 따랐다.


   “흐음…… 둘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진 않은데.”

   “그치? 바보들이라 싸웠다가도 금방 풀려 버리잖아.”


   당사자를 앞에 두고 못 하는 말이 없네. 말로 내뱉지는 않았으나 자신들을 보는 코하쿠의 표정만으로도 마담과 히사코에게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어린아이가 귀여워 놀려 주는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서로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는 어른들의 짓궂은 놀림에 무어라 토를 달까 입술을 달싹이던 그 어린아이는 방금 막 채워 놓은 술잔을 비우는 것으로 반응을 대신했다.


   “근데 말이야. 너희들, 언제까지 계속 같이 다니는 거야?”

   “?”

   “그렇잖아? ‘무겐은 이제 없는걸.”

   언제까지고 따라오겠다고 한 건 그 녀석이에요.”

   하지만 너도 떼어낼 생각은 없는 거잖아?”

   고집 있는 녀석이니까, 그걸 설득하느니 내가 포기하는 게 나아요.”

   역시 바보가 맞잖아, 그치?”


   흐음, 하는 콧소리와 함께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제 쪽을 바라보는 마담을 애써 무시하며 코하쿠는 다시 잔을 채웠다.

   자신을 잘 아는 연상들과의 대작은 꼭 고양이 앞의 털실 뭉치가 된 듯한 기분이라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으나, 기본적으로 즐겁기는 했다. 대화를 잘 이끌어 나가는 사람과의 술자리는 확실히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코하쿠 자신이 말을 하지 않아도 두 여인은 코하쿠를 비롯한 아이들에 대한 것이든, 그것도 아니면 자기 자신들에 대한 것이든 이야기가 끊이질 않아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오다케 마담의 바는 그렇게 실없이 웃다가도 조금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코하쿠가 오기 전부터 취기가 올라 있던 히사코는 금세 테이블 위로 머리를 내려놓았다.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오다케는 야마토에게 연락을 하는 대신 히사코의 어깨 위로 담요를 덮어 주었다. 히사코가 쓰러지자 바의 분위기는 눈에 띄게 차분해져 있었다. 코하쿠의 얼굴에도 제법 취기가 올라온 기색이 만연했다. 마담은 언제나 그랬듯, 손님의 이야기를 가만히 기다려 주고 있었다.


   언젠가는 자기 길을 가겠죠, 그 녀석도. 산왕 녀석들이나 오타와 코니시처럼.”

   그럴까?”

   그 녀석에게도 자기의 인생이 있을 테니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을 보내며 겨우 떠나 보내는 법을 배운 코하쿠였다. 그렇다고 비어 버린 옆자리에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고, 예정된 이별이 씁쓸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언제까지고 붙들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또 한 입 머금은 술 때문에 입안이 쓰고 목구멍이 타는 것 같았다. 술 때문일 것이다.


   확 결혼해 버리면 좋을 텐데. 그치?”


   오다케의 농에 코하쿠는 힘없이 웃었다.


   우리는 그럴 인연은 아니니까요.”


   오다케는 코하쿠의 말에 무어라 토를 다는 대신 보드카 하나를 새로 따서 투명한 글라스를 채워 주었다.


   위로주.”


   격려의 의미가 담긴이라는 말은 굳이 덧붙이지 않기로 했다. 고개를 슬쩍 끄덕여 보이는 것으로 감사 인사를 대신한 코하쿠는 잔을 손에 들고 잠시 찰랑거리는 술을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비추기에는 빛이 미약해 그저 투명하기만 한 액체가 글라스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렸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뜨며 흔들리는 시야를 바로잡고, 그것을 한 번에 입에 털어 넣었다. 마지막 잔이었고, 여전히 술은 썼다.


   갈게요.”


   스탠드 위로 지폐 한 장이 떨어졌다. 코하쿠가 마신 것 치고는 조금 많은 액수였다.


   히사코 분까지?”

   어울려 준 답례요. 그럼.”


   조금 비틀거리며 코하쿠가 몸을 일으켰다. 항상 고마워, 하는 마담의 인사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섰다. 거리는 여전히 어두웠다.

 

*

 

   조금 전에 시작했던 것 같은 하루가 벌써 끝났다. 늘 걷던 길, 가로등 두어 개가 나간 어둑한 거리였다. 오늘은 유독 더 어두운 게 왜 그런가 하고 보니 바의 입구 바로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빛나던 가로등 하나가 더 나간 탓인 모양이었다. 어둡긴 어두웠으나 네온사인은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으므로 길을 헤맬 염려는 없었다. 오늘도 Bar ODAKE에 손님이 찾아왔다.


   어서 와.”

   어라?”


   마담의 인사 뒤에 히사코가 엉뚱한 목소리로 손님을 맞았다. 오늘도 발갛게 물든 얼굴이었다. 바에 들어와 스탠드 앞에 앉은 손님이야 마담뿐만 아니라 히사코에게도 무척이나 익숙한 얼굴이었지만, 타이밍이 묘했다.


   오랜만이네. 그나저나 혼자야?”

   코하쿠 씨, 좀처럼 술을 못 마시게 한다니까요. 어린애도 아닌데, 과보호예요.”

   몰래 온 거구나?”

   코하쿠 씨한테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 사람 잔소리 무서우니까.”


   그러면서 자기는 좋을 대로 마시고 말이야. 연장자들의 눈에는 그저 귀여운 투정이었다. 아직 아물지 않은 얼굴의 상처들을 보아하니 코하쿠의 마음을 알 만도 했다. 성인이라지만 어린애는 어린애인 모양이었다.

   마담은 굳이 주문을 듣지 않고도 익숙하게 무겐 로고 스티커가 붙어 있는 병을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땡큐.’ 하고 잔을 채우는 츠쿠모의 옆으로 히사코가 자리를 옮겼다. 그 움직임에 스탠드가 흔들린 덕에 유리잔 밖에 쏟아 버린 술을 보며 츠쿠모는 안타까움에 인상을 구겼다.


   아아, 아깝게…….”

   있지, 너희들 지금 같이 사는 거야?”

   ? , 그런데.”

   언제까지?”

   언제까지?”


   생각해 본 적 없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처음부터 답이 너무도 확실히 정해져 있던 것이었기에 굳이 스스로 그런 질문을 던질 필요가 없었다. 히사코의 질문을 바보같이 반복했던 것이 무색하리만큼, 츠쿠모는 금세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언제까지고.”

   그 애 말이 맞긴 하네. 고집불통.”


   히사코의 말에 오다케가 소리 내어 웃었다. 무슨 말인지, 왜 웃는지는 몰라도 뻔히 본인의 이야기인 것을 알아챌 눈치는 있던 츠쿠모는 부루퉁한 얼굴을 숨기지도 않고 뭔데, 무슨 얘긴데?’라는 소리만 반복했다. 그러나 여인들은 그에게 친절히 설명해 줄 생각은 없는 듯 웃을 뿐이었다. 뭔지는 몰라도 자신을 놀리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츠쿠모는 생각했다.


   성격 나쁜 아줌마들…….”

   그런 소리 할 거면 외상값부터 내 줄래?”

   미안합니다.”


   실없는 대화와 함께 술이 한 잔 두 잔 막힘없이 넘어갔다.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서도 꼿꼿이 서 있던 허리는 이야기들이 오가면서 차츰 앞으로 굽어 갔다. 한껏 기분이 고양된 히사코는 한 번씩 오늘은 내가 쏠게!’라며빠칭코에서 제법 딴 모양이었다.크게 웃다가 스탠드에 엎어지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더니, 결국은 또 마담을 향해 절하는 모양새가 되어 있었다. 그런 히사코를 챙기는 것은 늘 그렇듯 오다케의 몫이었다.


   히사코 씨랑 같이 마시면 역시 페이스 빨라지네.”

   취했나 봐?”

   조금요. 코하쿠 씨한테 걸리면 안 되니까 슬슬 그만 마셔야 할 것 같은데……. 조금 더 있어도 되죠?”

   물론이지.”


   여느 때의, 어린애 어르는 듯한 느낌이 아닌 그저 상냥한 목소리였다. 아슬아슬하게 오른 취기와 그 상냥함에 조금 긴장이 풀렸는지도 모르겠다. 답지 않게 츠쿠모는 먼저 마담을 불렀다.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는 모양이었다.


   “‘언제까지고라고 했지만,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거겠지?”

   글쎄.”

   코하쿠 씨가 혼자서도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면 언젠가는 내가 방해가 되는 날이 올 거예요.”

   그럴까나.”


   마담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꾸해 주었다. 츠쿠모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이나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 같은 것은 아니었기에, 마담은 츠쿠모가 이야기를 이어 나갈 수 있을 정도의 반응만 보여줄 뿐이었다. 오랜 시간 바를 운영하며 얻은, 말하자면 노하우 같은 것이었으며, 모르긴 몰라도 효과는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아직 길을 찾고 있는 아이에게는 조금 부족한 모양이었다.


   “‘는 어때?”

   …….”


   가게에 침묵이 깔렸다. 은은하게 흘러나오던 오다케 취향의 음악도 마침 한 곡이 끝나면서 다음 노래를 재생하기 위해 준비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낯선 고요함 속에서도 오다케는 미소를 지은 채 츠쿠모의 대답을 기다렸다.

   괴로운 것은 당연히 싫다. 비참해지고 싶은 것도 물론 아니다. 될 수 있다면 그의 옆을 계속 지키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코하쿠를 곤란하게 하는 것은 더더욱 츠쿠모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역시 복잡한 것은 싫었다.


   코하쿠 씨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어요, 저는.”

   욕심 없는 애네. 재미없어.”

   그 사람한테 받은 인생이니까요.”


   가벼운 웃음과 함께 나온 가벼운 대답이었다. 오다케의 표정에 짧게 스쳐 간 안타까움을 츠쿠모는 보지 못했겠지만, 그 나무라는 듯한 말이 정말로 자신을 비난하는 말은 아니란 것쯤은 알았다. 못마땅한 눈으로 츠쿠모를 바라보던 오다케는 또 술을 한 병 열 수밖에 없었다.


   조금 어른 같아졌다고 멋있는 척하고 말이야.”


   새로운 글라스가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보드카를 따를 잔치고는 꽤 높은 편이었다.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소리는 가벼웠으나, 새롭게 술이 채워진 유리잔은 제법 묵직했다. 츠쿠모가 난감한 눈으로 오다케를 바라봤다.


   응원의 의미로 주는 서비스. 남기면 안 돼? 비싼 술이니까.”


   병을 닫으며 오다케가 츠쿠모를 향해 짓궂게 웃었다. 아직도 어질어질한 기운이 가시지 않은 츠쿠모였다. 저 잔을 비우면 어떻게 되든 간에 틀림없이 아침에 코하쿠에게 잔소리를 들을 것이 뻔했다. 코하쿠에게 혼나는 건 상당히 귀찮고도 무서운 일이긴 했으나, 눈앞의 비싼 술을 마다할 정도의 절제력이 츠쿠모에게는 없었다.


   무서운 사람이잖아마담.”

   서비스를 이렇게나 주는데 무섭다니?”

   , . 고맙습니다.”


   질렸다는 듯 표정을 짓고 있으나, 술을 즐기는 그 성정은 어디 가지 않는지 츠쿠모는 웃으며 잔을 들었다. 제법 많은 양이었음에도 기어이 술잔은 바닥을 드러냈다. 스탠드에 엎어지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던 츠쿠모는 동거하고 있는 사람이 어지간히도 신경 쓰이는 모양인지 불안 불안한 걸음걸이로도 집에 들어가야겠다며 가게를 나섰다. 츠쿠모가 지불한 금액은 응원 주를 제외하더라도 좀 모자랐지만, 어제 히사코의 술값을 함께 계산하고도 남았던 코하쿠의 돈으로 충당이 되는 수준이었기에, 마담은 굳이 츠쿠모를 잡지 않았다. 또 와, 하는 인사를 받으며 츠쿠모는 문을 통과했다.


   웃겨, 정말.”


   동이 트려면 그래도 시간이 제법 남았다. 웬일로 길에는 그 흔한 주정뱅이 한 명 없었다. 하기야 가로등도 나가 버린 이런 으슥한 길은 무서워서라도 인사불성으로는 다닐 곳이 못 되었다. 길 위로 츠쿠모의 발자국이 나아갔다. 마담의 인사와 술기운으로 얼굴에 옅게 깔려 있던 웃음기는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면서 사라졌다.


   욕심…….”


   욕심이 없다. 너무도 뻔히 느껴지는 이 감정이 욕심 덩어리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욕심이 없는 게 아니었다. 욕심이 안 날 수가 없었다. 츠쿠모가 무겐이 되었던 그 날부터 지금까지 욕심나지 않던 날이 없었다. 그러나 츠쿠모가 욕심내는 그 자리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원한다고 뺏을 수 있는 그런 것도 아니었다. 어쭙잖은 짓으로 타츠야가 맡긴 역할을 망칠 수는 없는 것이다. 파트너로 족하다. 파트너로만 남고 싶다.

   제멋대로 살던 과거의 자신이 보면 틀림없이 비웃었을 거다. 그래도, 파트너로, 남고 싶다.

   담배 연기가 밤공기에 섞여 들었다.

 

*

 

   밤거리를 수놓은 네온사인들은 애저녁에 꺼졌었다. 손님이 모두 떠난 바에는 마담의, 아니 오다케의 절친한 친구만이 남았다. 히사코의 등 위에는 오늘도, 오다케가 몇 번이고 고쳐 잡아 준 담요가 덮여 있었다. 오다케는 가게를 정리하며 뒤척이는 히사코 쪽을 바라보았다. 곧 깨어날 시간이었다.


   으응…… 배고파…….”


   잠에서 깨어난 히사코의 단골 멘트였다. 부스스한 머리카락과 갈라지고 잠긴 목소리를 가다듬을 생각도 하지 않고 히사코는 엎드려 있던 자세 그대로 고개만 돌려 오다케를 올려다봤다. 눈이 마주친 두 여인이 서로 웃었다.


   밥 먹으러 갈까?”

   .”


   숙취에 절은 몸이 무거웠지만 히사코에게는 배고픔을 해결하는 게 먼저였다. 오다케가 먼저 히사코의 가방을 챙겨 일어섰고, 히사코는 그런 오다케의 팔을 감싸 잡으며 일어났다.


   , 맞다!”


   불현듯 무엇인가 떠오른 듯 히사코는 고개를 확 들어 올려 오다케를 바라봤다.


   그 아이들 어떻게 될까?”


   무척이나 즐거운 이야기를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원래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라는 것이 당사자에게는 심각할지언정 뻔히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저 귀엽고 즐거운 일인 법이었다. 물론 늘 중간에 엎어져 버리고 마는 히사코는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진 못했지만 말이다.


   역시 언젠가는 떨어지게 될까?”

   글쎄에?”


   흐음……. 의심 어린 눈빛이 오다케의 얼굴에 콕콕 박혔다. 알고 있으면서. 호기심 어린 볼멘소리를 하며 히사코는 조를 작정으로 오다케의 팔을 더욱 힘주어 잡았지만, 오다케는 그저 즐겁다는 얼굴로 가게를 나설 뿐이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오다케 바의 셔터가 내려갔다.

   아침의 공기는 여전히 밤의 찬 기운이 남아 있어 쌀쌀했다. 하나둘씩 가게를 열리기 시작한 아침의 거리는 유난히 부산스러웠다. 옷을 여미는 히사코는 여전히 입술을 비죽 내밀고 있었다.


   너 말야, 다 알면서 일부러 구경만 하다간 언젠간 벌 받을걸.”

   서로 행복의 열쇠를 쥐고 있으면서 헤매는 게 귀엽잖아.”


   오다케가 히사코에게 주는 힌트였다. 코하쿠와 츠쿠모의 관계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 표현이면 충분했다. 히사코는 여전히 알쏭달쏭한 모양이었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원하는 답은 얻었는지 이내 만족스러운 얼굴로 오다케의 팔을 잡아끌었다.


   됐어! 라멘 먹으러 가자!”


   저쪽 길에 새로 생긴 집 꼭 가 보고 싶었거든. 가볍고 톡톡 튀는 발걸음이 길을 따라 사라졌다. 높은 하늘 가운데 뭉쳐 있는 구름이 흐르며 부드러운 햇살이 거리 위로 쏟아졌다. 아침의 찬 기운이 햇볕에 따스하게 녹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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