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1. 다 써 놓고 보니 타임라인 구멍이 심하게 나 버렸네요.... 본편 시점에 유키무라를 주운 것으로 생각하거나, 본편 시점 우에스기 주종의 나이를 30대 중반 이상으로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공백 제외 2,671자




   우에스기는 변화를 즐기는 인물은 아니었다. 매번 비슷하게 짜인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에 종종 지루함을 느끼기는 했으나, 안주하는 것은 그만큼 편한 일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규칙적인 일상에 안정감을 느끼는 성정이라는 것은 아니고, 다만 몇 년이나 해 왔던 일에 적응했을 뿐이다. 비슷한 시간에 눈을 뜨고, 약간은 답답한 ― 그러나 크게 불편하지는 않은 복장을 갖춰 입는다. 그리고 늘 같은 시간에 찾아오는 부하의 아침 인사를 받고, 제법 듣기 좋은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밖으로 나선다. 차 앞에 서서 대기하던 운전인은 우에스기가 오는 타이밍에 맞추어 뒷좌석의 문을 열고, 긴 다리가 바닥에 깔린 매트 위에 제대로 올라서는 것을 확인하면 문을 닫는다. 곧이어 그의 옆에 자리하는 부하는 노트북을 꺼낸다. 매일의 일상에서 바뀌는 것은 그날 밤에 가는 술집과 안주의 종류만으로 충분했다. 그런 그에게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그러고 보니 우에스기 씨, 최근 담배 안 피우시네요.”

   “카네츠구의 말대로다.”


   이유는 굳이 묻지 않았다. 최근 그의 주변에 일어난 이변은 하나뿐이었다. 오랜 시간 우에스기의 옆을 지키며 누구보다도 그를 잘 알고 있는 카네츠구도 놀랄 정도의 ‘사건’이 있었다. 어린애를 주웠다고 했고, 그가 맡아서 기르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그의 안주머니에서 담뱃갑이 사라졌다. 마땅한 일이라고는 생각한다만, 마냥 당연히 여길 수는 없는 일이기도 했다. 솔직한 말로 썩 기분이 좋지는 못했다.

   담배가 우에스기의 일상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지는 꽤 오래되었다. 적어도 10년이었다. ‘어린 시절’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던 때부터 우에스기의 옆에 있던 카네츠구도, 그가 처음 담배에 손을 댔던 때에는 그의 곁에 없었다. 그러니 사무실의 테이블에 놓인 재떨이도, 늘 그의 손가락 사이에 걸려 있는 궐련 담배도, 흡연자가 아님에도 자신의 안주머니에 항상 라이터가 있는 것도 모두 당연한 일이었다. 어떻게 시작했는지 궁금할 만도 했건만 단 한 번도 그에 대해 의문을 가진 적이 없는 것은, 아마도 담배가 그와 몹시도 잘 어울리는 기호품이었기 때문이리라. 건강을 생각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좋은 일이기는 했지만, 카네츠구는 담배 연기 너머로 보이는 우에스기의 모습을 제법 좋아했더랬다. 심기가 불편한 것이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으나.

   어쨌든 우에스기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담배를 피워 왔었다. 그런 만큼 끊기가 쉽지는 않았을 터였다. 금단 증상에 시달릴 만도 했건만, 우에스기의 거동은 그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가 무언가에 쉽게 휘둘리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으나, 주변에서 종종 금연을 시도하곤 하던 이들이 보인 것과는 전연 다른 모습이었다.


   “우에스기 씨는 별로 힘들어하지 않으시네요.”

   “음?”

   “금연 말입니다. 아사노 씨는 꽤 힘들어하다가 포기한 것으로 보였거든요.”


   숨소리에 가까운 웃음이 대답을 대신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답이었으나, 가부의 대답을 듣고자 던진 말은 아니었고 따로 바라던 답이 있던 것도 아니다. 짧은 대화가 오가던 자리에는 금세 다시 달각거리는 키보드 소리만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잠시 시간을 둔 후 불리는 카네츠구의 이름에, 줄곧 이어져 왔던 자판의 소리도 멎게 되었다.


   “카네츠구.”


   쉬지 않고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카네츠구가 제 이름이 불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우에스기는 이미 자신의 노트북을 닫고 있었다. 노트북이 입을 닫는 소리와 함께, 지그시 기대 오는 무게를 받치던 의자가 끼익거리며 울었다. 조용히 카네츠구를 부르던 우에스기는 말을 잇지 않은 채 잠자코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으나, 언어로 발하지 않은 명령에도 카네츠구는 ‘네.’라는 대답과 함께 몸을 움직였다. 자리에서 일어설 때는 카네츠구의 노트북도 닫혔다. 하얀 몸체 위로 새겨진 금빛의 글자 위로 손가락이 스치듯 지나가, 허공에 가볍게 흔들렸다.

   다른 직원이었다면 데스크를 사이에 두고 상사를 마주했겠으나, 카네츠구가 멈추어 선 곳은 지사장 데스크의 앞은 아니었다. 몇 발짝을 더 걸어, 책상 너머, 우에스기가 앉아 있는 의자 바로 옆에서 카네츠구는 걸음을 멈추었다. 조금 비스듬히 빗겨 서서 허리를 숙이자, 우에스기의 머리보다 조금 높은 곳에 카네츠구의 얼굴이 다가왔다.

   근원 모를 시원한 향기가 코끝에 아른거림과 동시에 카네츠구의 목덜미 위로 큼지막한 손이 덮였다. 순간 중심을 잃은 몸이 휘청이며 의자의 팔걸이 위로 양손을 떨어뜨렸다. 삐걱이는 의자 소리를 마지막으로 두 사람뿐인 사무실에 적막이 찾아들었다.

   달짝지근했다. 이런 종류의 행위는 언제나 그런 착각을 불러오곤 했다. 맛 따위가 느껴질 리가 없음에도 어딘가 달달한 맛이 나고는 하는 것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먹는 입장보다는 먹히는 입장에 가까웠으나, 매번 어김없이 혀에 감겨 오는 환각 앞에 어느새인가 먹어치우듯 그를 갈구하고 있는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달랐다. 혀에 감겨 오는 살덩이에서는 분명히 단맛이 느껴지고 있었다. 거기에 섞이어 비강으로 흘러 들어오는 화한 향도 분명히 헛것이 아니었다. 감각 세포 하나하나를 건드리는 낯선 자극이 뜨거운 체온에 녹아 피부 위로 스며들었다. 달짝지근한 것을 즐기는 입맛은 아니었지만, 오늘만큼은 조금 더 맛보고 싶은 기분이었다. 부드럽게 감기는 살덩어리가 혀끝에서 멀어지려는 듯한 기미가 보일 것 같으면 몇 번이고 쫓았다. 꼭 매달리는 듯 자신을 찾는 남자를 우에스기도 받아들이고 원해 준다. 마지막 한 모금의 호흡까지 모두 소진할 때에야 우에스기의 손은 카네츠구를 놓아 주었다. 천천히 떨어지는 입술 위로는 여전히 두 콧대가 바싹 엇갈려 있었다. 힘은 조금 풀려 있었으나, 그 눈동자는 뚜렷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박하사탕……입니까?”

   “카네츠구의 말대로다.”

   “담배 대신인가요? 단것을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는데요.”

   “유키무라에게 받았을 뿐이야.”


   데스크의 서랍 쪽으로 힐끔 시선을 보냈으나, 카네츠구의 시선은 그를 따라가지 않았다. 단지 시야 가장자리에 자리한 눈썹을 꿈틀 움직였을 뿐이었다. 미미하게 미간을 좁히던 두 눈썹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금세 제자리로 돌아갔으나, 썩 유쾌한 기분은 못 되는 모양이었다. 꽤 흥미가 동하는 일이었다.


   “담배 대신으로는 좋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런가. 그러면?”

   “…….”


   카네츠구는 답을 내놓는 대신 턱을 조금 들어 주인의 것 위로 제 입술을 내었다. 그 이상의 접촉 없이 입술만을 머금었다 떨어지는 남자는 눈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입술도 분명 언제나처럼 자신만만하게 그리고 조금은 거만하게 웃고 있을 터다.

   짐짓 모른 체하며 대답을 기다려 준다. 그러면 늘 그렇듯 그는 제 주인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았다.


   “사탕 따위보다 더 효과가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들한 웃음소리를 한 번 흘리고, 카네츠구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 지그시 눈을 감으며 손바닥에 입을 맞춰 오는 얼굴을 오롯이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확실히 성가신 금단 증세가 반쯤 날아가는 듯했다. 그렇기에 여느 때처럼 말한다.


   “카네츠구의 말대로다.”


   허벅지 위로 올라오는 기분 좋은 무게감을 느끼며, 뒷말은 삼킨다. 음성으로 다듬어 내지 않아도, 마주 닿는 입술 너머로 혀끝이 밀어 넣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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